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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완서 선생님 작품을 읽었다. 오랜시간 읽어야지 하고 별렀지만 왠지 자꾸 뒤로 미뤄두었었다.
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지금 이 시기에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...
좀더 젊었을 때 읽었다면 이해, 공감, 감흥 없이 베스트셀러니까 하면서 읽었겠다는 생각이...
부러울 수 밖에 없는 작가의 필력을 한껏 느끼고, 인생에 대한 현명한 통찰에 감탄했던 구절을 적어본다.
p.112~113
더위가 퍼지기 전 이른 아침 이슬이 고인 풍성한 이파리 밑에 수줍게 누워있는 애호박의 날씬하고도 요염한 자태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은 또 어떻고. 못생긴 걸 호박에 비기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. 늙은 호박에 비한 거라고 해도 그건 불공평하다. 사람도 의당 늙은이하고 비교해야 할진대 사람의 노후가 늙은 호박만큼만 넉넉하고 쓸모 있다면 누가 늙음을 두려워하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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